광기의 저택
어두운 거울상
Dark Reflections
<영원한 순환>을 플레이하고 광기의 저택 맛을 알아버리는 바람에 주말에 다시 1인 플레이를 시도하게 되었다. 예전에 혼자 했을 때는 룰이 익숙지 않아서 끝까지 플레이할 수 없었는데, 이제 룰도 알았겠다 더는 무서울 게 없다. 혼자서도 클리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하는 패기 넘치는 마음이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결과만 말하자면 이번에도 패배ㅠㅠ...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시나리오였다. 혼자서 까 본 게 약간 아쉬울 정도로!
왜 하필 이 시나리오를 골랐는가 하면 한글화 된 다른 무료 시나리오는 아무래도 다른 분들과 플레이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DLC로 나온 것 중에 혼자 할 만한 걸 고르다 보니 그중에 이 시나리오가 제일 만만했다. 사실 제일 해보고 싶은 건 <뒤바뀐 운명>이긴 한데 그건 왠지 사람들이랑 해보고 싶어서 일단 아껴두기로 하고, 남은 시나리오 중에서 그나마 제일 까 봐도 아쉽지 않을 것 같은 시나리오가 <어두운 거울상>이라 이걸 플레이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너무 재밌었다ㅠ 혼자서 했는데도 이 정도로 재미있었다면 다인 플레이는 정말 재미있었을 텐데! 하면서 땅을 쳤다. 전개도 약간 충격적인 데다가 기믹도 흥미롭고 구성도 깔끔하다. 아마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를 했다면 중간에 뭐야? 무슨 일이야? 하면서 떠들었을 만한 구간이 몇 개 있었다. 그게 매우 아쉬웠다. 어차피 광기의 저택은 2회차가 진짜 플레이니까(?) 어느 정도 까먹었다 싶었을 때 다른 플레이어들과 2회차를 즐겨봐야겠다.:)
이번 DLC를 플레이하고 느낀 것은 의외로 서사적인 장치와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원한 순환>만 해도 스토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느낌이었던 것에 비해, <어두운 거울상>은 스토리가 제법 중요하다. 몰라도 진행은 가능하지만 재미가 떨어진다. 어느 정도 스토리에 몰입을 해야 후반의 기믹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서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구성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게임인 만큼 그 강점을 충분히 살렸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스토리의 완성도보다 기믹을 더 중시하는 감이 있다. 다른 시나리오들은 스토리와 기믹을 어떤 비율로 조절했을지 확인해봐야겠다. (DLC 번역해주세요 코보게ㅠㅠㅠ) <어두운 거울상>를 통해 스토리의 가능성을 좀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게 될 것 같다.
이하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
선택 PC 1 : 리타 영
선택 PC 2 : 애거서 크레인
PC는 2명을 데려갈 수 있어서 전투캐와 비전투캐를 가져가자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역시 전투 최고 존엄인 리타 영과 멘탈 최고 존엄인 애거서 크레인을 데려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아마 1인 플레이는 웬만하면 이 조합으로 하지 않을까 싶네요ㅋㅋ PC를 딱 2명밖에 데려갈 수 없다 보니 가능하면 특수 능력도 자체 발동할 수 있는 PC가 좋을 것 같았거든요. 리타 영 패시브는 뭐 그냥 개사기고; 애거서 크레인도 자체적으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 딱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PC 선택은 좋았어요. 초중반 플레이도 흥미진진했고요. 점점 더 긴박해지는 에이다의 구조 신호에, 도무지 조사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저택의 드넓은 공간에... 신화 생물도 도저히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무서운 거예요! 대체 무슨 일이 생기려고ㅠㅠㅠㅠ 나중에 우르르 나와서 다 두들겨 패려고 그러지?ㅠㅠㅠ 쫄보 모드로 에이다의 흔적을 찾아 저택을 쑤시고 다니는데... 중반부에 그 반전이 터져버린 것이었습니다!ㅋㅋㅋ
지하실에 갔던 리타 영이 그대로 게임에서 증발해버린 거예요! 심지어 맵까지 버리라고 해서 진짜 놀랐습니다ㅋㅋㅋㅠㅠ 뭐... 뭐야? 나 플레이 잘못한 거야?! 하면서 완전 긴장했어요. 하지만 그게 정상적인 기믹이라는 걸 알고 감탄했으며(!) 설마 플레이 중인 맵을 치우라고 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거울 너머 저택으로 이동하는데 *0* (혼미)
시나리오의 제목에 왜 '거울'이 나오는 걸까? 어차피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대충 그럴듯한 단어를 붙인 걸까? 싶었는데 아니 이렇게 플레이 전체를 꿰뚫는 기믹을 뜻하는 말일 줄은ㅠㅠㅠㅠ 지하실에 있는 거울 너머로 넘어간 곳에 있는 건 정체불명의 거울이 이곳저곳에 배치된 평행 저택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신화 생물까지 등장하고요ㅠㅠㅋㅋ
다만 반전에 넋이 나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여기서부터 제 플레이는 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저택에 도착해서 신화 생물과 마주한 것까진 좋은데 그래서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저택을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쑤시고 다녔는데 엔딩으로 가는 분기가 보이지 않아서ㅠㅠ 사실상 나중엔 신화 생물한테 맞아 죽긴 했는데; 그래도 그냥 끝내기가 아쉬워서 일단 스토리나 보자 싶어 그냥 플레이를 진행했습니다ㅠ 아, 근데 알고 보니 저택 이곳저곳에 있는 거울을 다 부숴야 하더라고요; 그다음에 신화 생물을 물리쳐야 엔딩(..)
거울이 상호작용 오브젝트라 누르면 파괴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라고는 하는데, 왜 왠지 불안하잖아요... 저 거울들 파괴하면 원래 세계로 못 돌아갈 것 같잖아ㅠ 불안해서 안 부수고 그냥 뒀더니 도무지 클리어 분기가 뜨지 않더라고요. 다 부수고 난 다음에야 뜨는 클리어 분기...ㅠㅠ 흐흑... 앞으로 게임 목표 칸을 유심히 보면서 진행하겠습니다...
여하튼 클리어에 애를 먹긴 했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한 플레이였습니다! 중간중간 에이다의 구조 메시지가 들려오면서 긴장감이 유지되는 것도 좋았고요. 이 메시지 덕분에 거울 저택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신화 생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신화 생물은 등장할 기미가 없는데 메시지의 내용은 점점 더 급박해져서 이때가 훨씬 긴장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나중에 다인 플레이를 하게 되면 신화 생물이 어느 시점에 몇 마리나 등장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시나리오 특성상 혼자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았던 시나리오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다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어요. 즐거웠습니다!
'보드게임 > 광기의 저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119 광기의 저택 : 뒤바뀐 운명 (0) | 2020.06.10 |
---|---|
200119 광기의 저택 : 밀물 (0) | 2020.06.05 |
200102 광기의 저택 : 산산조각난 봉인 (2) | 2020.04.13 |
200118 광기의 저택 :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 (2) | 2020.03.06 |
191211~191215 광기의 저택 : 영원한 순환 (0) | 2020.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