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타임머신 연구실
기대하고 기대하던 대탈출 시즌 3가 시작되었다. 정종연 PD님의 찐팬인 만큼 이 시리즈도 챙겨보고 있는데, 드디어 시즌 3가 시작되었다. 방탈출이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하고 있을 대탈출 3을 보는 김에 리뷰를 써보고자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과감하게도 시간 여행을 소재로 잡았다. 시간 여행이 들어가면 스토리가 복잡해진다. 여러 개의 플롯이 동시다발적으로 함께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2개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작가들의 야심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타임머신 연구실의 감상을 시작했다.
멤버들의 확실한 캐릭터도 여전하고 정종연 PD 특유의 감각적인 오프닝 연출도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정종연 PD의 작품은 오프닝 연출을 보는 맛에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오프닝부터 흥에 겨웠다. 그리고 드디어 세트에 발을 들이게 된 멤버들... 약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첫 에피소드부터 공포 에피소드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대탈출의 공포 에피소드는 깜놀 요소가 많은 편이라 필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지라ㅠ
먼지로 둘러싸인 연구실을 조사하다 보니 발견한 것은 무려 타임머신.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와 미래를 돌아다닌다는 컨셉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본격적인 시간 여행물이라 놀랐다. (그리고 두근두근!) 장소를 어떻게 바꾼 건지는 좀 궁금하긴 한데 어쨌든 영리한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스토리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방탈출이라는 장르는 크든 작든 '폐쇄된 공간'을 소재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런 장르적 특성 때문에 스케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고유의 폐색감이 사라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대탈출>의 경우 스케일을 키우는 대신, 폐쇄된 지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래도 방탈출 장르 고유의 폐색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이번 에피소드는 같은 장소를 여러 시간대에서 보게한다는 설정을 통해 밀실 공간 고유의 폐색감을 살리면서도 스케일을 보존하는 것에 성공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물건일지라도 시간대에 따라 그 물건이 갖는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한 기믹이 여러개 있었으며, 이런 점도 시간 여행물의 특성을 잘 살린 기믹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시간 여행 특성상 스토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이 시즌으로 대탈출을 처음 시작하는 시청자들에겐 조금 진입 장벽이 높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정도였다. 이야기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복잡한 플롯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토론과 논의가 중심이 되다 보니 박진감 넘치는 방탈출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은 지루할 수도 있다. 영상 매체인 이상 어느 정도의 박진감을 필요하기에.
2부에서 1부에서 깔았던 복선들이 하나하나 작동하며 탈출 서사에 응용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단지 테마를 시간 여행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시간 여행물의 가장 핵심적인 기믹인 '현재의 행동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또한 훌륭하게 소화했다. 스태프들이 좀 고생했겠다 싶긴 하지만 그만큼 리얼리티가 있어서 좋았다. 시간 여행의 룰을 명료하게 잡아둔 덕분에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 의식도 명확했고 이로 인해 진상을 풀어가는 구성도 좋았다.
NPC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PC의 행동에 따라 환경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면서 NPC와 관련된 단서들이 바뀌어나가는 것이 묘미다. 또한 '연료'라는 개념을 채택해서 플레이어들이 신중하게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끔 게임적인 요소를 넣은 것도 좋았다. 연료의 공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진 자원 내에서 확실한 루트를 통해 진상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생긴다.
스토리에 있어서는 슈타인즈 게이트를 참고하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몇몇 보였는데 시간 여행 후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자 구조로 변해서 사라지는 부분은 마치 겔바나나를 연상케 했고, 도중에 원시 시대로 넘어가는 것 또한 슈타인즈 게이트의 일부 루트를 차용한 듯했다.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오타쿠 눈에는 그리 보였다.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레퍼런스를 참고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시간 여행물에서 요구되는 모든 재미 요소들을 다 구현했기 때문에 시청자로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에피소드였다.
첫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초반부 에피소드가 재미가 없어서 아쉬웠던 시즌 2와는 다른 출발이다. 시즌 1과 시즌 2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시즌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