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저택
뒤바뀐 운명
Altered Fates
<밀물>을 플레이하고 난 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플레이하게 된 DLC 시나리오다. 다른 시나리오도 있었지만, 이 시나리오에 시간 여행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을 부지런히 졸라서 플레이하게 되었다. 기대했던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DLC 시나리오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이 시나리오도 이 시나리오만의 고유한 기믹을 가지고 있다. 간단한 구상이지만 실제로 게임판 위에서 표현되니 상당한 위력이 있는 구성이었는데, <밀물>이나 <어두운 거울상>처럼 제한된 타일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 의지가 돋보여서 좋았다. 결국 광기의 저택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 혹시 기회가 생겨서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면 타일의 배치를 가장 먼저 고민해보게 될 것 같다.
제한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국면을 전환시켜 제한된 공간을 넓히거나 제한된 공간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는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방식이고, 후자는 공간 자체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폐쇄된 환경 그 자체를 이용해보려고 한 시도가 돋보이며 아주 클래식한 기믹 하나로 그 의도를 구현했다. 대단한 기믹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좋은 기믹이라고 생각한다.
전투와 서사의 밸런싱도 좋았다. 그냥 후반부가 되었으니 무작정 적이 나오는 구성이 아니라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이 나온다. 또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의 핵심 기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그걸 사용해야 한다고 눈치채는 건 플레이어의 몫이다.) 기믹 자체는 단순하지만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다양한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재미있었다. 기믹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게, 접근 방식은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이런 협동형 퍼즐 게임에서는 핵심이 아닌가 싶다.
시나리오와 핵심 기믹이 잘 맞물리는 것도 좋았다. 지금까지 여러 시나리오를 해본 결과, 광기의 저택은 번역도 그리 매끄럽지 않고 가독성도 심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사실 지금까지 플레이한 시나리오 중에서 스토리 그 자체가 기억나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시나리오는 그나마 스토리가 이해가 된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욕인가 칭찬인가) 시나리오의 핵심 기믹이 스토리 그 자체와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는 구성이다. 쉽게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스토리가 간단한 편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간단한 스토리와, 그것을 구현하는 클래식한 기믹, 그리고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타일 구성이 돋보이는 시나리오였다. DLC이긴 하지만 본편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플레이해볼 것을 추천한다. 깔끔하고 담백한 시나리오지만 아찔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 PC : 리타 영
사실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하게 된 건, 현재와 미래로 팀이 나뉘어서 동시에 진행한다는 스포를 듣고 혹했기 때문입니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지 않나요? 현재팀에서 뭔가 하면 미래팀이 있는 곳에 영향을 주고, 미래팀에서 얻은 단어가 현재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ㅠ 안 그래도 제한된 공간을 현재와 미래로 분할한 뒤, 차원문을 통해 아이템만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든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도 구성할 수 있구나 싶어서 감탄하기도 했고요ㅎㅎ
실제 시나리오도 우리가 딱 기대한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차원문의 활용 방법을 조금 늦게 깨달아서 + 후반부 전투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서 패배한 게 아쉽네요ㅠㅠ 설마 신화생물이 전반부에는 미래에 몰빵되고, 후반부에는 현재에 몰빵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니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그러하다...) 미래팀이 초반에 고전하는 걸 보고나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기란 무기는 죄다 차원문을 이용해 미래로 보냈던 제가 참ㅋㅋㅋ... 어쩐지 초반에 현재팀은 너무 전투가 없다 했어~! 시스템 예측하면서 플레이하기 시작한 지금이라면 무조건 눈치챘을 텐데 말이죠. (과연)
과거에서 뭔가를 작동시키면 미래에서 열리지 않았던 문이 열리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얻거나 하는 것도 즐거웠어요! 미래에서 준 힌트로 과거에서 조사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이거야말로 시간 이동물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팀을 두 개로 나누어서 플레이를 연동시킨 게 좋았네요. 덕분에 팀은 나뉘었어도 계속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플레이하는 분위기도 유지되었고요. 다시 하면 그땐 미래팀으로 가보고 싶(?)
아무튼 이번 시나리오도 즐거웠습니다! 밀물이 끝나고 시간이 좀 남아서 바삐바삐 플레이해보았는데도 꽤 재미있었어요ㅋㅋ 플레이 타임이 짧은 편인데도 내용물은 꽉꽉 채워진 시나리오라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이번에도 패배였지만^^... 뭐,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거니까 사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건실한 탐사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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