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저택

뒤바뀐 운명

Altered Fates


 

 <밀물>을 플레이하고 난 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플레이하게 된 DLC 시나리오다. 다른 시나리오도 있었지만, 이 시나리오에 시간 여행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을 부지런히 졸라서 플레이하게 되었다. 기대했던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DLC 시나리오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이 시나리오도 이 시나리오만의 고유한 기믹을 가지고 있다. 간단한 구상이지만 실제로 게임판 위에서 표현되니 상당한 위력이 있는 구성이었는데, <밀물>이나 <어두운 거울상>처럼 제한된 타일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 의지가 돋보여서 좋았다. 결국 광기의 저택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 혹시 기회가 생겨서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면 타일의 배치를 가장 먼저 고민해보게 될 것 같다.

 

 제한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국면을 전환시켜 제한된 공간을 넓히거나 제한된 공간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는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방식이고, 후자는 공간 자체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폐쇄된 환경 그 자체를 이용해보려고 한 시도가 돋보이며 아주 클래식한 기믹 하나로 그 의도를 구현했다. 대단한 기믹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좋은 기믹이라고 생각한다.

 

 전투와 서사의 밸런싱도 좋았다. 그냥 후반부가 되었으니 무작정 적이 나오는 구성이 아니라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이 나온다. 또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의 핵심 기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그걸 사용해야 한다고 눈치채는 건 플레이어의 몫이다.) 기믹 자체는 단순하지만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다양한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는 것이 재미있었다. 기믹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게, 접근 방식은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이런 협동형 퍼즐 게임에서는 핵심이 아닌가 싶다.

 

 시나리오와 핵심 기믹이 잘 맞물리는 것도 좋았다. 지금까지 여러 시나리오를 해본 결과, 광기의 저택은 번역도 그리 매끄럽지 않고 가독성도 심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사실 지금까지 플레이한 시나리오 중에서 스토리 그 자체가 기억나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시나리오는 그나마 스토리가 이해가 된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욕인가 칭찬인가) 시나리오의 핵심 기믹이 스토리 그 자체와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는 구성이다. 쉽게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스토리가 간단한 편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간단한 스토리와, 그것을 구현하는 클래식한 기믹, 그리고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타일 구성이 돋보이는 시나리오였다. DLC이긴 하지만 본편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플레이해볼 것을 추천한다. 깔끔하고 담백한 시나리오지만 아찔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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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PC : 리타 영


 사실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하게 된 건, 현재와 미래로 팀이 나뉘어서 동시에 진행한다는 스포를 듣고 혹했기 때문입니다. 상상만 해도 재미있지 않나요? 현재팀에서 뭔가 하면 미래팀이 있는 곳에 영향을 주고, 미래팀에서 얻은 단어가 현재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ㅠ 안 그래도 제한된 공간을 현재와 미래로 분할한 뒤, 차원문을 통해 아이템만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든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도 구성할 수 있구나 싶어서 감탄하기도 했고요ㅎㅎ

 실제 시나리오도 우리가 딱 기대한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차원문의 활용 방법을 조금 늦게 깨달아서 + 후반부 전투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서 패배한 게 아쉽네요ㅠㅠ 설마 신화생물이 전반부에는 미래에 몰빵되고, 후반부에는 현재에 몰빵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니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그러하다...) 미래팀이 초반에 고전하는 걸 보고나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기란 무기는 죄다 차원문을 이용해 미래로 보냈던 제가 참ㅋㅋㅋ... 어쩐지 초반에 현재팀은 너무 전투가 없다 했어~! 시스템 예측하면서 플레이하기 시작한 지금이라면 무조건 눈치챘을 텐데 말이죠. (과연)

 과거에서 뭔가를 작동시키면 미래에서 열리지 않았던 문이 열리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얻거나 하는 것도 즐거웠어요! 미래에서 준 힌트로 과거에서 조사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이거야말로 시간 이동물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팀을 두 개로 나누어서 플레이를 연동시킨 게 좋았네요. 덕분에 팀은 나뉘었어도 계속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플레이하는 분위기도 유지되었고요. 다시 하면 그땐 미래팀으로 가보고 싶(?)

 아무튼 이번 시나리오도 즐거웠습니다! 밀물이 끝나고 시간이 좀 남아서 바삐바삐 플레이해보았는데도 꽤 재미있었어요ㅋㅋ 플레이 타임이 짧은 편인데도 내용물은 꽉꽉 채워진 시나리오라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이번에도 패배였지만^^... 뭐,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거니까 사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건실한 탐사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웠어요ㅎㅎ
  

 


광기의 저택

밀물

Rising Tide


 

 인스머스에 예고된 끔찍한 의식, 그것을 실행하려고 하는 여섯 명의 용의자. 그 와중에 밀물이 인스머스를 덮치려고 한다. 과연 탐사자들은 밀물이 인스머스를 행하기 전에 의식을 치르려는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무려 240~360분의 플레이 타임을 자랑하는 대형 시나리오다. 오죽 길면 플레이 전에 디바이스를 꼭 충전해두라는 말이 적혀 있을 정도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플레이 타임이 이렇게 긴 걸까? 어쨌든 이런 시나리오는 한 번에 쭉 몰아서 플레이하는 게 정석인 법이다. 주말에 날을 잡아 풀파티로 플레이를 진행했다.

 

 이 시나리오는 기존의 시나리오들과는 플레이 감각 자체가 다르다. 전투와 탐험, 퍼즐 맞추기가 주가 되었던 기존의 시나리오에 비해 이 시나리오는 추리와 조사가 중심이 된다. 단지 NPC나 오브젝트를 조사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플레이어에게 추리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 제한된 턴 안에서 가장 유효한 정보를 취득하고 마지막에는 진상을 추리하고 클라이맥스로 넘어간다. 그야말로 추리물의 문법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광기의 저택에서도 추리물의 향취를 맛볼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 밀물에서 사용된 방식을 채용해서 다른 형태의 추리 시나리오를 만들어 봐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이 시나리오 하나로 족하기엔 좀 아쉬운 지라...

 

 그러나 내용 자체는 매우 빈약한 편인데, 스토리 자체도 조금 허술할 뿐더러 이 시나리오 고유의 기믹(스포일러 포함인 파트에서 상술) 때문에 내용이 깊어질래야 깊어질 수가 없는 구성이다. 그래서 추리물의 형식을 차용하긴 했지만, 본격 추리물 플레이하듯이 너무 진지하게 플레이하면 안 된다(..) 그래서 플레이해서 실망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돌아보면 스토리의 퀄리티는 매우 아쉬운 편에 속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기믹을 없애고 스토리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 게임이 나올 당시 보드게임계의 흐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 포함한 후기에서 후술하겠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나 퍼즐보다는 수사와 추리가 중심이 된 구성 덕분에 기존의 시나리오들과는 다른 플레이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시나리오다. 중간 중간 전투가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런 류의 시나리오들은 아무래도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중후반쯤 되면 스토리의 개요 같은 것은 다 까먹고 코어 게임에만 집중하게 된다.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으로선 조금 아쉬웠다. 그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나리오였다. 아마도 광기의 저택을 플레이하면서 처음으로 NPC의 사정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또 하나, 이 시나리오는 광기의 저택에서 '스케일'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광기의 저택의 특성상 저택에 한정된 좁은 공간, 기껏해야 도시의 시내 하나 정도의 공간만을 배경으로 삼을 수 있는데 이 시나리오는 기존 시나리오들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을 제공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판으로 완성된 맵 위에서만 움직이던 것과 달리 이 시나리오는 여러 개의 장소를 이동한다는 설정을 통해 다양한 장소에 가볼 수 있다. 덕분에 고유의 폐색감은 줄어들고 자유도가 늘어나서 좋았다. 제한된 타일을 이용해서 다양한 장소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정리하자면 광기의 저택에서 구현할 수 있는 문법을 활용해서 최대의 스케일을 선보인 추리 중심의 시나리오였다고 할 수 있곘다. 전투와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존의 시나리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광기의 저택을 어느 정도 플레이해봤다면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 접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다른 시나리오를 해본 뒤에 접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신선하게 느껴진다.)

 
  나머지는 이하의 후기에서 작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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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PC : 민티판


 문제가 된 기믹은 바로 랜덤하게 범인이 결정되는... 그것입니다. 당시 보드게임에서는 '리플레이성'이 매우 중요시되던 시대다 보니, 광기의 저택에서도 리플레이성을 억지로 우겨넣은 부분들을 조금씩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시나리오가 그 피해자(?)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판데믹의 대성공 이후로는 레거시 스타일이 대세가 되어서 리플레이성보다 깊은 1회성을 중시하는 추세가 되었지만요. 시대를 앞서가고 말았구나 -.-;; 아무튼, 요즘 나왔더라면 이런 구성은 절대 취하지 않았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인이 랜덤하게 결정되는 것도, 전에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셨던 분이 예전과 범인이 다르다고 알려주셔서 겨우 알아내긴 했지만요. 좋게 생각하면 판마다 범인이 다른 거니까 다 알고 처음부터 플레이해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듭니다. 그로 인해 스토리가 허접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ㅠ 그래도 리플레이성을 포기하고 스토리의 완성도에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 기껏 열심히 고민해서 추리했던 거에 비하면 너무 진상이 형편없었거든요ㅠ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시나리오는 플레이어가 조사 지역을 직접 결정하고 움직이면서 단서를 모으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드게임이라기보다 TRPG, 특히나 크툴루의 부름에 가까운 구성인데 이렇게나 본격적인 수사 룰을 구성해놓고 진상이 얄팍해버리니 김이 다 새는 느낌ㅠ... 솔직히 이 정도면 추리도 필요 없잖아요! 그냥 제일 의심스러운 사람 잡으면 되잖아요ㅠㅠㅋㅋㅋ 의심스러운 사람을 찾는 그 과정 자체가 이 시나리오의 재미라는 건 알겠는데 ㅇ)-( 혼끼로 열심히 스토리 구상하면서 진범 잡으려고 했던 우리가 불쌍하잖아... (털썩)

 뭐, 추리 과정이 너무 어려워도 안되겠다 싶긴 해요. 사실 정정당당한 추리 대결을 하려면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거기서부터 인과 관계를 맞추게끔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 게임은 특성 상 정보를 모으는 단계부터 시작합니다. 수사와 탐문을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 핵심적인 정보를 모아야해요. 달리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모든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교한 추리 과정 그 자체보다 핵심적인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클리어의 조건이 되는 구조에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건의 흐름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보를 얻는 것 자체가 코스트가 드는 행동이라면 추리 과정은 쉽게 만드는 게 밸런스가 맞겠죠. 추리물의 구조를 가져온 건 좋았지만 역시 이 게임으로 온전한 추리물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었네요. 굳이 온전한 추리물을 구현할 필요도 없지만요! 하지만 구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일단 광기의 저택으로 이런 유형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된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하나씩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기믹과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ㅎㅎ 정통적인 저택물부터 시가지물, 거기다 좀 더 본격적인 추리물까지 가능한 갓겜 광기의 저택... 이번에도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ㅠ0ㅠ)9 매번 정말 혼이 빠질 정도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어요ㅠㅠㅠ 남은 시나리오와 확장판도 모두 클리어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후기를 써봐야겠습니다.

 


광기의 저택

산산조각난 봉인

Shattered Bonds


 

 

 어느 날, 그레이스 베크만으로부터 부탁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자신과 가족들을 노리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저택 안에 도사리는 음산한 그림자, 그리고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듯한 가족들... 과연 이 저택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무려 별 4개짜리 시나리오인 <산산조각난 봉인>의  플레이를 해보았다. 어려운 시나리오인 만큼 바짝 긴장하고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광기의 저택에 익숙해진 탓인지 겁먹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결과는 패배했다(..) 대체 언제쯤 첫 플레이에 클리어할 수 있을지!

 

 아무튼, 패배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체감 정도로 따지면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 쪽이 훨씬 어려웠다. 핵심 정보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한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에 비해 이 시나리오는 진상으로 가는 단서가 꽤 빠른 시간 안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진행이 거슬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위기 관리 난이도는 꽤 높은 편이라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동선에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점도 좋았다. 광기의 저택이 가진 게임적 요소를 잘 활용한 시나리오다.

 

 광기의 저택은 결국 동선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다. 단서를 얻든 전투를 하든 결국 모든 것이 '이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이동을 거쳐 목적 지점에 도착한다, 이것이 코어 매커니즘이다. 그러니 레벨 디자인의 핵심은 이 이동하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어렵게, 그리고 재미있게 만드느냐에 달려있다. 도식으로 구조화하면 다음과 같다.

 

 

 이때 진행 난이도를 결정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개별 퀘스트의 이동은 어렵지만 위험 요소의 관리는 쉽거나, 개별 퀘스트의 이동은 쉽지만 위험 요소의 관리가 어려운 쪽이다.

 

이동은 어렵고 위기 관리는 쉽다 (조사/추리 중심)

 

이동은 쉽고 위기 관리는 어렵다 (액션 중심)

 

 전자는 조사와 추리가 중요한 서사 중심의 시나리오에서 사용하고, 후자는 위험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와 빠른 목표 설정이 중요한 시나리오에서 사용하면 좋다. 전자의 사례가 <밀물>이라면 후자의 좋은 사례가 바로 <산산조각난 봉인>이다. <산산조각난 봉인>은 시나리오에서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위험 요소를 파훼하면서 빠르게 최종 목적지까지 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험 요소의 디자인 또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위험 요소 자체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개의 위험 요소를 동시다발적으로 터트리는 것이다. 전자는 하나의 위험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서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하기에 긴 호흡의 시나리오에 어울리고, 후자는 여러 개의 위험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기에 짧은 호흡의 시나리오에 잘 어울린다. 여기서는 전자가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이고 후자가 <산산조각난 봉인>에 속한다.

 

하나의 위험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뎁스는 깊게 만드는 방식

 

여러 가지의 위험 요소가 동시에 발동하는 방식

 

 즉, <산산조각난 봉인>은 위기 관리를 중심으로 긴박감을 이어나가는 시나리오다. 이런 류의 협력형 게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성이지만 광기의 저택 고유의 플랫폼에 어울리는 스트레스 요소를 잘 구현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단합해서 노력하면 아슬아슬하지만 클리어가 가능한 정도의 딱 좋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초기 시나리오들을 어느 정도 즐겼다면 바로 플레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나리오 자체보다는 게임의 문제인데... 이것까지 포함하여 이하의 페이지에서 자세히 애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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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PC : 리타 영


 이 시나리오의 목적은 제목에 걸맞게 봉인된 조각상을 모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화 생물이 저택 안을 돌아다니며 NPC와 PC를 공격하기 때문에, 그들이 오기 전에 NPC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거나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이 과정에서 다양한 동선과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핵심 매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화 생물의 영향력이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꽤 가혹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길어지면 이성이 팍팍 깎이다가 정신 이상 상태에 빠지기 쉽상입니다. 실제로 저희 플레이에서도 정신 이상자가 두 명이나 발생하는 바람에 클리어에 실패한 케이스이고요.

 정신 이상 시스템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몇몇 카드들 (방화광이라든가) 때문에 협력형으로 진행되던 게임이 후반부에 갑자기 PVP로 바뀌는 건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게임의 성격 자체가 달라져 버려서 중반까지 차곡차곡 진행해온 흐름이 다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크툴루 기반의 게임들이 그런 불합리한 전개를 선호하는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게임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것들이 랜덤으로 무효가 되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의 플레이에서는 그런 카드들은 덱에서 제외하는 하우스 룰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 편이 훨씬 시나리오에 몰입하기도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런 PVP성 카드들이 있을 때는 절대로 정신 이상에 걸리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들어 게임 플레이가 훨씬 밀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만, 일단 정신 이상이 한 명이라도 터지면 그때부터는 게임의 흐름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로도 썩 좋지 않은 듯 합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그런 게임적인 아쉬움은 있었을 지언정 시나리오 자체는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신화 생물이 온다는 예고가 떨어지면 NPC들을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상황상 모두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는 없다보니 때로는 희생하는 카드를 골라야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어요. 한시라도 빨리 조각상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긴박감도 유지되고요. 이 과정에서 동선을 아주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는데 광기의 저택이 가진 핵심 매커니즘을 아주 잘 구사한 부분이라고도 생각해요.

 '저택'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사용해서 이런 구성을 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고요. 광기의 저택이 가진 최대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공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 (그것도 대부분의 배경이 저택) 저택을 배경으로 이런 식으로 긴박함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저택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군요. 다음에 방문하게 될 저택에선 또 어떤 기묘한 일이 벌어질지 기대해봅니다.

 


 

광기의 저택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

Escape from Innsmouth


 

 올해는 광기의 저택의 해인가? 그야말로 미친듯이 플레이하고 있다. 일단 번역된 시나리오는 모두 플레이하게 될 것 같고 DLC도 나오는 대로 즐기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이어지는 광기의 저택 올클리어 팟! 이번에는 무려 난이도 4개인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이다. 제목에 탈출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꽤 쫄깃한 시나리오일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광기의 저택은 이런 류의 테마에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보통 탈출이라고 하면 턴제보다는 액션성이 강조된 리얼타임이 훨씬 재미있다는 편견이 있지만 턴제는 턴제 나름의 맛이 있다. 액션 장르에서 탈출은 컨트롤이 중요하지만 턴제 장르에서 탈출은 전략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장소까지 가는 최적의 루트를 찾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광기의 저택은 다양한 시야 범위 개념(칸/범위/구역, 시야 제한(벽))을 도입하여 공간감을 형성하고, 이것을 이용해 같은 장소로 이동하더라도 여러 개의 루트를 고려할 수 있게끔 만든다.

 

 가령 A라는 칸으로 이동할 때 B라는 루트와 C라는 루트가 있다고 해보자. 둘 다 2턴에 걸쳐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루트이지만, B루트는 신화 생물의 공격 범위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거리는 같더라도 C루트를 선택하게 된다. 또는 B루트와 C루트 모두 같은 범위 안에 있기는 하지만 B루트는 바로 이동할 수 있고 C루트는 벽에 막혀 있어 이동할 수 있다면 B루트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광기의 저택은 탈출 장르에 꼭 필요한 스트레스 디자인이 비교적 간편하게 되어있다. 정해진 루트로 이동하기만 하면 탈출물이 성립되지 않는다. 적절한 방해 요소가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여 그 루트에 난수를 더해야 한다. 광기의 저택은 '신화 단계'라는 스트레스 단계가 별도로 존재한다. 별도의 타이밍을 디자인하지 않아도 신화 단계가 시작될 때 미리 기록해둔 플레이어의 행동을 토대로 장애물을 제공하면 된다. 때문에 탈출 장르에 꼭 필요한 스트레스 디자인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특히나 스트레스 디자인이 잘 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잘 된 스트레스 디자인이란 플레이어가 스트레스의 발생 요소를 장악하고 이것을 플레이에 응용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는 플레이어가 쉽게 파악하고 응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을 뿐만이 아니라 서사와도 잘 연계되어 있어 게임에도 쉽게 몰입하게 된다. 이 스트레스 요소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잘 만든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긴장감을 주는 요소를 등장시키고, 그것이 움직이는 원리를 파악하게 한 뒤, 위험 요소를 관리하여 원하는 목적을 이루게 한다. <인스머스로부터의 탈출은> 게임 디자인의 기초에 속하기도 하는 이 세 가지 단계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레벨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보상 디자인이다. 탈출 장르에서 스트레스 디자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보상 디자인이다. 자발적으로 스트레스 요소를 찾아다니게 만드는 게임과 달리 (가령 RPG에서 레벨 업을 위해 몬스터를 찾아다닌다든가) 탈출/협력 장르는 플레이어에게 강제적인 스트레스를 부여한다.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스트레스를 줘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보상 디자인을 철저하게 신경써야 한다. 특히나 이런 탈출 장르는 목적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보상감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간 중간 어떤 식으로 플레이어의 의욕을 고취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이런 류의 게임에서 보상을 부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적절한 단서의 제공이다. 스트레스 요소를 이겨내고 게임을 진행하는 가운데 탈출에 필요한 단서를 얻으면서 의욕을 고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의 경우 후반까지 탈출에 필요한 단서를 획득하는 것이 꽤 어려웠다. 어느 정도 단서를 획득했다 싶었을 때에는 이미 게임이 끝나버린 상황. 플레이가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중요한 단서가 너무 깊은 뎁스가 들어가 있어 후반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이는 느낌이 들었다. 정보의 복잡도가 높은 만큼 탈출 과정이 뻔하지 않아 재미있긴 했지만 제대로 맛볼 수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광기의 저택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한 탈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겠다. 스트레스 요소를 서사와 잘 엮어서 몰입도를 높이고, 플레이어가 스트레스 요소를 장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끔 만든 시나리오다. 정보의 뎁스가 깊어 중간 중간 보상감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 단점이지만 그만큼 탈출 방법이 뻔하지 않고 흥미롭다. 광기의 저택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한 번쯤 맛봐야 하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이후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에서 자세히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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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PC : 민티 판 / 리타 영 / 프레스턴 페어몬트 / 마테오 신부


 이번 탐사자의 조합입니다! 역시나 승리의 리타영(?)은 빼놓을 수 없는 인재이고ㅎㅎ 개인적으로 이번엔 사제가 활약을 많이 못해서 아쉬웠네요. 뭔가 사제는 시나리오를 좀 많이 타는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고ㅠ 이러나저러나 리타영이 최고입니다. (이래놓고 이 사람은 민티 판을 골랐으며)

 여하튼 이번 시나리오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믹이라면 역시 폭도입니다. 폭도 기믹은 정말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무서워서 벌벌 떨었는데 몇턴 지나고 보니 마을 주위를 빙빙 돌고 있을 뿐이라 동선만 겹치지 않도록 움직이면 싸울 상황은 안 벌어지기도 했고요. 물론 후반부에는 폭도가 출몰하면서 개판이 되었지만^^;; 다행히 저희는 폭도와 부딪치는 일이 없었는데 부딪친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정말 폭도들한테 맞는 것처럼 게임 끝날 때까지 질질 끌려다니면서 맞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더라고요. 호오… 흥미로운 기믹입니다.

 폭도를 피하면서 필요한 단서를 모으고 최종적인 목적지에 가는 것이 이번 시나리오의 목표인데요. 이번 시나리오는 단서를 기묘하게 배치해둬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중요한 뎁스의 정보가 있고, 중요한 사람에겐 위협이 있는 식이라 시종일관 긴장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부터 조사하느냐에 따라서 클리어 시점이 크게 달라질 것 같은 느낌?

 그런 점에서는 좀 단서가 될 만한 요소를 많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약간 아쉽기도 했네요. 몇 가지는 운빨로 진행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있어서 합리적인 플레이가 어렵지 않은가 싶었거든요. 다들 기껏 고생해서 열심히 돌아다닌 죄밖에 없는데 조금 늦어서 배드 엔딩이 떠버리니까 씁쓸한 느낌. 이걸 방지하려면 초반 도입에서 확실한 후킹 거리를 제시하고 그걸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단서가 무엇인지 플레이어들이 사전에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우선 시나리오에서 그런 것들을 제공해줘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어디로 가야 뭘 할 수 있는 건데? 우리가 찾는 그건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이런 대사 많이 나와서 좀 아쉬웠습니다. 그냥 열심히 폭도 피해서 이것저것 조사하다가 저거 조사 안해본 거 같으니까 가보자 하면서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게 전부였거든요. 이런 구석진 조사를 요구하는 시나리오였던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야 폭도 기믹이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서로 가는 단서가 적었던 건 아쉬운 부분 중 하나네요.

 진상으로 가는 루트 자체는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뭘 부수거나 어디로 가느냐보다도 탈출로 가는 여러가지 조건이 서로 연계되어 있어서 진짜로 살아남기 위해 협력해서 단계를 밟아가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마을이 수상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손에 넣고, 탑에서 종을 울려 배를 부르고, 폭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때 배를 향해 뛰어가는 그 긴박감이라니! 성공했으면 굉장히 짜릿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짜릿했겠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도 기믹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움직이는 원리 자체도 훌륭했지만, 설정과 그 원리가 딱 맞아떨어지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마을을 빙빙 돌아다니면서 탐사자들을 찾아다니는 한 무리의 폭도라니! 체력이 무지막지하게 높아서 플레이어들이 마냥 때려서 잡을 수 없게 해둔 점도 좋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폭도들이 쏟아져나오는 것도 마을의 광기가 고조되는 기분이라 더 좋았습니다. 이런 폭도들을 뚫고 배를 불러서 도망치는 시나리오라니... 서사와 기믹이 잘 엮인 흥미로운 시나리오였던 것 같습니다!

 비록 우리는 패배했지만ㅠ 이제 이 게임에도 많이 익숙해지고 있으니 다음 시나리오는 꼭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 진짜 한 번만 첫 편에 클리어해보자! 정말 재미있었어요ㅎ

 


 

광기의 저택

어두운 거울상

Dark Reflections


 

 <영원한 순환>을 플레이하고 광기의 저택 맛을 알아버리는 바람에 주말에 다시 1인 플레이를 시도하게 되었다. 예전에 혼자 했을 때는 룰이 익숙지 않아서 끝까지 플레이할 수 없었는데, 이제 룰도 알았겠다 더는 무서울 게 없다. 혼자서도 클리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하는 패기 넘치는 마음이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결과만 말하자면 이번에도 패배ㅠㅠ...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시나리오였다. 혼자서 까 본 게 약간 아쉬울 정도로!

 

 왜 하필 이 시나리오를 골랐는가 하면 한글화 된 다른 무료 시나리오는 아무래도 다른 분들과 플레이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DLC로 나온 것 중에 혼자 할 만한 걸 고르다 보니 그중에 이 시나리오가 제일 만만했다. 사실 제일 해보고 싶은 건 <뒤바뀐 운명>이긴 한데 그건 왠지 사람들이랑 해보고 싶어서 일단 아껴두기로 하고, 남은 시나리오 중에서 그나마 제일 까 봐도 아쉽지 않을 것 같은 시나리오가 <어두운 거울상>이라 이걸 플레이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너무 재밌었다ㅠ 혼자서 했는데도 이 정도로 재미있었다면 다인 플레이는 정말 재미있었을 텐데! 하면서 땅을 쳤다. 전개도 약간 충격적인 데다가 기믹도 흥미롭고 구성도 깔끔하다. 아마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를 했다면 중간에 뭐야? 무슨 일이야? 하면서 떠들었을 만한 구간이 몇 개 있었다. 그게 매우 아쉬웠다. 어차피 광기의 저택은 2회차가 진짜 플레이니까(?) 어느 정도 까먹었다 싶었을 때 다른 플레이어들과 2회차를 즐겨봐야겠다.:)

 

 이번 DLC를 플레이하고 느낀 것은 의외로 서사적인 장치와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원한 순환>만 해도 스토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느낌이었던 것에 비해, <어두운 거울상>은 스토리가 제법 중요하다. 몰라도 진행은 가능하지만 재미가 떨어진다. 어느 정도 스토리에 몰입을 해야 후반의 기믹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서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구성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게임인 만큼 그 강점을 충분히 살렸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스토리의 완성도보다 기믹을 더 중시하는 감이 있다. 다른 시나리오들은 스토리와 기믹을 어떤 비율로 조절했을지 확인해봐야겠다. (DLC 번역해주세요 코보게ㅠㅠㅠ) <어두운 거울상>를 통해 스토리의 가능성을 좀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게 될 것 같다.

 

 이하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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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PC 1 : 리타 영
 선택 PC 2 : 애거서 크레인

 PC는 2명을 데려갈 수 있어서 전투캐와 비전투캐를 가져가자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역시 전투 최고 존엄인 리타 영과 멘탈 최고 존엄인 애거서 크레인을 데려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아마 1인 플레이는 웬만하면 이 조합으로 하지 않을까 싶네요ㅋㅋ PC를 딱 2명밖에 데려갈 수 없다 보니 가능하면 특수 능력도 자체 발동할 수 있는 PC가 좋을 것 같았거든요. 리타 영 패시브는 뭐 그냥 개사기고; 애거서 크레인도 자체적으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 딱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PC 선택은 좋았어요. 초중반 플레이도 흥미진진했고요. 점점 더 긴박해지는 에이다의 구조 신호에, 도무지 조사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저택의 드넓은 공간에... 신화 생물도 도저히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무서운 거예요! 대체 무슨 일이 생기려고ㅠㅠㅠㅠ 나중에 우르르 나와서 다 두들겨 패려고 그러지?ㅠㅠㅠ 쫄보 모드로 에이다의 흔적을 찾아 저택을 쑤시고 다니는데... 중반부에 그 반전이 터져버린 것이었습니다!ㅋㅋㅋ

 

 지하실에 갔던 리타 영이 그대로 게임에서 증발해버린 거예요! 심지어 맵까지 버리라고 해서 진짜 놀랐습니다ㅋㅋㅋㅠㅠ 뭐... 뭐야? 나 플레이 잘못한 거야?! 하면서 완전 긴장했어요. 하지만 그게 정상적인 기믹이라는 걸 알고 감탄했으며(!) 설마 플레이 중인 맵을 치우라고 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거울 너머 저택으로 이동하는데 *0* (혼미)

 

 시나리오의 제목에 왜 '거울'이 나오는 걸까? 어차피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대충 그럴듯한 단어를 붙인 걸까? 싶었는데 아니 이렇게 플레이 전체를 꿰뚫는 기믹을 뜻하는 말일 줄은ㅠㅠㅠㅠ 지하실에 있는 거울 너머로 넘어간 곳에 있는 건 정체불명의 거울이 이곳저곳에 배치된 평행 저택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신화 생물까지 등장하고요ㅠㅠㅋㅋ

 

 다만 반전에 넋이 나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여기서부터 제 플레이는 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저택에 도착해서 신화 생물과 마주한 것까진 좋은데 그래서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저택을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쑤시고 다녔는데 엔딩으로 가는 분기가 보이지 않아서ㅠㅠ 사실상 나중엔 신화 생물한테 맞아 죽긴 했는데; 그래도 그냥 끝내기가 아쉬워서 일단 스토리나 보자 싶어 그냥 플레이를 진행했습니다ㅠ 아, 근데 알고 보니 저택 이곳저곳에 있는 거울을 다 부숴야 하더라고요; 그다음에 신화 생물을 물리쳐야 엔딩(..)

 

 거울이 상호작용 오브젝트라 누르면 파괴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라고는 하는데, 왜 왠지 불안하잖아요... 저 거울들 파괴하면 원래 세계로 못 돌아갈 것 같잖아ㅠ 불안해서 안 부수고 그냥 뒀더니 도무지 클리어 분기가 뜨지 않더라고요. 다 부수고 난 다음에야 뜨는 클리어 분기...ㅠㅠ 흐흑... 앞으로 게임 목표 칸을 유심히 보면서 진행하겠습니다...

 

 여하튼 클리어에 애를 먹긴 했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한 플레이였습니다! 중간중간 에이다의 구조 메시지가 들려오면서 긴장감이 유지되는 것도 좋았고요. 이 메시지 덕분에 거울 저택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신화 생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신화 생물은 등장할 기미가 없는데 메시지의 내용은 점점 더 급박해져서 이때가 훨씬 긴장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나중에 다인 플레이를 하게 되면 신화 생물이 어느 시점에 몇 마리나 등장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시나리오 특성상 혼자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았던 시나리오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다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어요. 즐거웠습니다!

 


광기의 저택

영원한 순환

Cycle of Eternity


 

 

 벼르고 벼르던 광기의 저택 다인 플레이를 드디어 해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모든 시나리오를 다 클리어해볼 거지롱, 크큭... 아무튼 기회가 닿아서 좋은 분들과 함께 광기의 저택의 첫번째 시나리오인 <영원한 순환(Cycle of Eternity)>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두 번 플레이를 하게 되었는데 두 번 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 이 세션을 시작으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올해 안에 오리지널 광기의 저택 시나리오를 써보는 게 목적이다.

 

 오랫동안 벼르다 플레이하게 된 광기의 저택... 우선 진행 방식이 매우 취향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사 중심의 보드 게임을 선호하기 때문에 읽을 만한 텍스트가 많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진행하면서 염두에 둘만한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건 호감 포인트. TRPG를 마스터없이 구현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서 개인적으로도 공부가 된 게임이었다.(관련된 내용은 나중에 따로 작성해볼 예정.)

 

 앱에 의한 편의성은 두말할 것 없이 좋았고,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BGM이나 도입부의 나레이션)도 굉장한 강점으로 느껴졌다. 굳이 보드게임으로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지만(..) 앱이 없었던 1판 시절에는 대체 어떻게 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 많은 카드를 일일이 섞어가면서 플레이했다는 건데 생각만 해도 지친다. 정말 이 게임을 사랑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노동;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점은 혼자 플레이할 때와 모두와 함께 플레이할 때 맵의 구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1인 플레이때는 좀 더 좁은 맵과 오브젝트를 활용하지만 다인 플레이 때는 넓은 맵을 사용한다. (조사 가능한 오브젝트까지 차이가 나는지는 확인해봐야겠다.) 맵의 크기 차이가 실제 게임 플레이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1인 플레이의 부담을 줄여주는 건 사실이라 상당히 마음에 드는 시스템이었다. 다인으로 플레이했던 게임은 1인으로 다시 플레이해봐도 좋을 것 같고, 그 역으로 해봐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간단해졌다!) 각자 특수 능력이 있는 캐릭터를 맡아서 턴당 2번의 행동을 한다. 크게 이동(1회 행동에 최대 2칸)과 테스트(조사, 전투, 상호 작용)으로 나뉘며 원하는 장소로 이동한 뒤 그곳에 있는 오브젝트를 조사하거나 에너미와 싸우는 형태로 진행된다.

 

 모든 플레이어의 턴이 끝나면 신화 단계가 진행되며 여기서는 신화 생물이나 플레이어에게 안 좋은 효과를 주는 게임 기믹 같은 것이 발동된다. 탐사자 단계 - 신화 단계로 나뉘는 것은 이 시리즈(아컴 호러 - 엘드리치 호러)의 전통이라 같은 계열의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전투도 있고 퍼즐도 풀기는 하지만 근간은 조사 및 추리 게임에 가깝다. (비중은 조사가 더 높다.) 저택 이곳 저곳에 놓인 오브젝트를 조사하면서 목표를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 방식이다. 시나리오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마다 다른 목적과 셋팅이 준비되어 있으며, 한 번 플레이한 시나리오는 사실상 완전한 재플레이는 어렵다. (빨리 모든 시나리오가 한글화되었으면 좋겠는데ㅠ)

 

 기본적인 구성(목표 확인->조사->목표 달성)은 단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조립이 가능한 편이기도 하다. 저 틀에서만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어떤 시나리오를 써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지금까지 해본 시나리오도 전부 다 느낌이 달랐다. 어차피 저택 타일은 한정되어 있고 시나리오도 저택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니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속단이었다. 타일만 추가하면 세계관 확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배경에 따른 제약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무튼, 처음으로 플레이한 영원한 순환은 초보자 지향의 단순하고 깔끔한 시나리오였다. 복잡한 기믹도 없고 단순히 오브젝트를 조사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엔딩을 볼 수 있다. 난이도도 낮고 플레이 타임도 짧다. 그렇다고 게임 특성상 마냥 쉬운 건 아니기 때문에 첫 플레이 때는 클리어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찌나 아쉽던지!) 두 번째 플레이를 할 때를 비교적 쉽게 엔딩을 봤다. 엔딩 직전까지 갔던 거라 거의 모든 루트를 알다 보니 다른 플레이어들이 헛발질하지 않도록 은연 중에 인도해서 가능했던 것 같기도(..)

 

 스토리 라인도 단순하다. 어느 날 어떤 저택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 그걸 조사하러 갔다가 위험과 마주치고 / 무사히 저택에서 탈출한다는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시나리오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바뀌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저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좀 더 단순화하면 사건 발생 / 진상 파악 / 사건 해결로 이루어진다. 특히나 영원한 순환은 저 3단계 구조를 가장 전형적인 방식으로 구성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이 구성에 익숙해지면 다른 시나리오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이하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후기.

 

1차 플레이 : 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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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PC : 민티 판

 1차 플레이는 5명의 플레이어분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헤딩 플레이라서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는데 준비해주신 두 분이 셋팅과 설명을 너무 완벽하게 해주셔서 정말 스무스하게 진행됐고요ㅠ_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광기의 저택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진짜 셋팅이 어마무시하게 귀찮거든요; 그런데 미리 자리 잡아서 셋팅도 다 해주시고 룰도 먼저 공부하고 오셔서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비싼 커피라도 사드려야만;ㅅ;

 

 5명 풀팟이다 보니 시나리오의 양상도 재미있게 흘러갔네요. 이게 장르가 추리/호러인 이상 뭐 하나 건드릴 때마다 뭔가 나오게 마련이라,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 온갖 이벤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더라고요. 부상 당하고 미치는 건 기본이며ㅠㅠㅋㅋㅋ 물론 저는 이런 난장판 너무 사랑합니다(?) 자고로 호러물의 재미는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누가 밟을지 몰라 조마조마한 그런 것 아니겠어요. 후후후...

 

 아무튼, 예전에 테스트용으로 1인 플레이를 해본 적이 있어 극초반의 전개까지는 알고 있었는데요! (1인일 때랑 맵은 다르긴 하지만 이벤트는 엇비슷하게 일어납니다.) 식당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 방치했더니 나중에 집사님의 싸늘한 비명이 울려퍼지기에...ㅋㅋㅋ '여러분, 식당 열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면서 저도 모르게 다른 분들의 등을 밀고 말았더랍니다^^ 물론 신화 생물도 물리치고 집사님도 구해서 해피해피한 전개가 되긴 했지만요!

 

 그건 그렇고 이 시나리오 튜토리얼인 주제에 초장부터 신화 생물을 등장시키다니!ㅋㅋㅋ 하면서 분노했는데 나름 THIS IS 광기의 저택! 하는 느낌으로 이 게임이 만만치 않다는 인상을 팍 심어주고 시작해서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 그 후로 다들 초집중 상태가 되어 플레이하시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물론 나도 그랬다;)

 

 맵 자체가 크진 않았지만 첫 플레이다 보니 다들 뭘 해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 저택만 들쑤시고 다니기를 2시간... 그래서 대충 집주인이 이상한 종교에 빠진 것도 알겠고 그래서 사람들을 해치우고 있는 것도 알겠는데... 이 다음엔 뭘 어떡해야 하는 거지? 하는 교착 상태가 잠시 이어졌습니다. 숙련자들이라면 (애초에 숙련자는 이 시나리오 이미 옛적에 클리어했겠지만;) 좋아, 정보 얻었으니 보스 찾아서 족치러 가자ㅇㅇ 했겠지만 저희는 순수하기 짝이 없는 여린 탐사자들이라...☆ 정말 맵의 구석구석까지 핥으면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조사를 한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탓에 PC의 체력과 이성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부상까지는 좋은데 정신 이상에 걸린 PC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게임의 성격이 바뀌어 버립니다. 하필 정신 이상에 걸린 PC가 받은 카드가 '당신이 살아있는 한 이 게임은 패배다' 이거여서ㅠㅠㅋㅋㅋ 무사히 저택을 탈출해도 이 미쳐버린 탐사자에게 모두 살해당할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아아...ㅠㅠ 정신 이상 싫어 진짜ㅋㅋㅋㅠㅠㅠ

 

 어쩐지 그때부터 그 PC의 플레이어분이 열심히 룰북을 뒤적여 보시더라니(?) 구조를 바라는 신호임을 몰랐습니다ㅠㅠ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ㅋㅋㅋ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첫 플레이에 그런 고약한 정신 이상 카드가 걸리셔서 엄청 당황하셨을 것 같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하고...ㅠㅠ 물론 게임은 패배했지만 이 또한 크툴루의 맛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 그것이 크툴루이거늘... (광신도의 아련한 눈)

 

 그래도 마지막 부분 플레이는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찌어찌 최종 보스가 있는 뒷마당을 찾아서 녀석을 물리치고 의식을 멈추기까지 했잖아요? 그리고 동선을 잘 활용해서 제 PC가 아이템을 받아 도망치는 것까지 성공했고ㅎㅎ 정신 이상 카드로 패배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더라면 완전 드라마틱한 플레이가 되었을 거라고요~ㅠㅅㅠ 나쁜 건 정신 이상 카드가 나쁜 거지 우리 플레이어 분들은 정말 최고였다고ㅠㅠㅋㅋㅋㅋ

 

 게다가 첫 플레이인 걸 생각해보면 정말 잘했던 것 같아요. 원래 이 게임은 패배하기 더 쉽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걸 견디고 거의 승리 직전까지 갔다는 건 엄청난 거 아닐까요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광기의 저택의 참맛도 알게 되었고! 이후로 재미 들려서 혼자 집에서 플레이해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헤딩 플레이를 너무 재미있게즐긴 덕분인 것 같아요! 재차 초대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리고 8ㅅ8 함께 플레이해주신 두 분께도 감사드립니다ㅠ0ㅠ

 

 여튼 그렇게 광기의 저택맛(?)을 알아버린 저는 다른 친구들을 꼬드겨 2차 플레이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2차 플레이 : 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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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 PC : 카슨 싱클레어

 때는 그후로 4일 뒤... 마침 친구 분이 광기의 저택이 하고 싶다고 하셔서 앗 그거 나한테 있는데! 하고 바로 파티가 구성되었습니다. 다른 시나리오를 할까 싶었는데 이날 오신 분들도 한 분 빼고는 전부 무경험자라 영원한 순환을 다시 플레이해보기로 했습니다. 번역된 시나리오 중에서는 아무래도 이 시나리오가 제일 초보자팟에 최적화된 플레이 타임이나 난이도를 갖췄으니까요. 재플레이를 하는 게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나만 입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능청스럽게 플레이에 들어갔네요ㅋㅋ

 

 이번 파티는 비교적 스무스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가능한 한 영향을 안 드리려고는 했지만 중간 중간 너무 엇나갈 것 같을 때 저도 모르게 은근히 진행을 유도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ㅠ 그리고 정신 이상 카드에 위험한 게 많다는 걸 알다 보니 '정신 이상만큼은 피해야 한다'며 가이딩을 한 것도 있고요.... 뭐,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기왕이면 첫 플레이는 역시 이기는 게 기분이 좋잖아요?ㅋㅋㅋ 이 게임 어지간한 고인물 아니고서야 첫 플레이에 우승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고;ㅁ;

 

 플레이어분들도 금방 적응해서 잘 진행해주시기도 했습니다! PC 조합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 (역시 리타 영은 필수다;)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후에는 적절하게 특수 능력을 사용하면서 게임에 임해주셨네요ㅎㅎ (물론 초보자팟답게 특수 능력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만ㅠㅁㅠ) 확실히 모든 게임이 그렇듯 어느 정도 기반 학습이 끝나고 특수한 예외 처리들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단계까지 가야 게임이 확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특수 능력을 조합해서 이기면 그르케 기분이 조크든요 후후후

 

 그리고 이날 플레이는 무려 친구 분의 도움으로 아이패드 + 프로젝터 + 블루투스 사운드라는 어마무시한 조합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진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ㅋㅋㅋㅋ 아이패드에서 플레이하는 것도 꽤 느낌이 괜찮은데 프로젝터로 쏴버리니 정말로 저택 한 가운데에 들어와있는 느낌; 거기다가 블루투스로 빵빵하게 BGM이랑 SE까지 연출하니 워 이건 뭐ㅋㅋ... 나중에 저도 게임방 만들면 프로젝터를 꼭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ㅋㅋ (끄적끄적) 영화만 보는 줄 알았던 프로젝트에 이런 기능이?!

 

 확실히 보드게임이나 TRPG는 컴퓨터가 계산해주는 게 아니다 보니 플레이어의 적극성이 꽤 요구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솔직히 진입장벽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이런 식으로 비주얼 상의 충격(?)을 주니 진입장벽이 확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단 시작하자마자 음산한 나레이션이 거실 전체에 울려퍼지는데 몰입이 안 될 수 없잖아요! 흡ㅠ 역시 인간은 미디어적 생물이다... 뭐가 되었든 입문 시킬 때는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 그런 저의 신념이 강화되는 계기였네요ㅎ

 

 아무튼 게임 얘기로 돌아가자면 확실히 시나리오의 전개는 똑같았지만 신화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나 오브젝트 조사 시의 판정으로 결과물이 달라지는 요소가 있어서 나름 다회차 플레이도 나쁘지 않구나 싶었어요. 오히려 다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성공에 다가가는 게임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한 번의 플레이로 무사히 탈출하기엔 미리 챙겨야 하는 요소도 많고 시간 개념도 있다 보니ㅠㅠ... 실패한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도전해봐도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리타 영이 진짜 개사기인 것 같아요... 다른 PC들의 특수 능력도 좋긴 한데 제약 조건이 있잖아요. 같은 영역에 있어야 한다든가, 어떤 카드를 받아야 한다든가. 하지만 리타 영은 그야말로 패시브... 이동과 턴에 제한이 있는 게임인 만큼 그 부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타 영이야말로 이 게임의 OP가 아닌가 싶어요ㅋㅋ 심지어 물리캐라 겁나 잘 싸우고 왠만해선 죽지도 않고ㅠㅠㅋㅋㅋ 약간 잘 미치긴 하지만 그거야 뭐 운빨이니까(?)

 

 그리고 모든 게임이 그렇긴 하지만 이 게임은 이겼을 때가 제일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패배하기 쉽게끔 만들어져 있어서 솔직히 클리어를 못해도 그렇게 막 아쉬운 건 아니긴 한데 그래도 기왕 하는 거 이기는 게 더 재미있긴 하네요ㅋㅋ 비록 재플레이의 이점을 이용해서 클리어한 셈이긴 하지만; 다음 목표는 어떤 시나리오가 되었든 첫 플레이에 클리어를 하는 것입니다ㅠㅠ 을매나 짜릿할꼬!

 

 아무튼, 다회차 플레이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구나! 오히려 다회차 플레이... 라고 하긴 뭐해도 한 2회차 플레이 정도는 지원하는 구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플레이였습니다. 1회차 때는 지는 게 좀 당연한 전제 조건인 것 같고, 아마 2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클리어하게끔 만드는 정도의 레벨 디자인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패배했던 시나리오들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랜덤 요소도 적잖이 들어가 있어서 생각보다 지루하지도 않았고요.

 

 기회가 된다면 또 함께 저택에 놀러가는 것으로ㅎㅎㅎ 넘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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